
살해와 질식, 죽음 등의 묘사가 존재합니다.
카게히라 미카가 이츠키 슈의 목을 조릅니다.
那落/奈落
1. 죄업을 짓고 매우 심한 괴로움의 세계에 난 중생이나 그런 중생의 세계. 또는 그런 생존. 섬부주의 땅 밑, 철위산의 바깥 변두리 어두운 곳에 있다고 한다. 팔대 지옥, 팔한 지옥 따위의 136종이 있다.
2.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 고하노니.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아마 신만이 알 것이라.
그렇다면 대답하라.
신은 누구인가?
이 세계에 신은 존재하는가?
판결을 고하듯 갑작스레 머릿속으로 떨어진 말에 이츠키 슈는 별안간 시야가 암전됨을 느꼈다.
…이윽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첫 번째 那落
이츠키 슈는 눈을 떴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몇 번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슬 기울였다. 여기는 어디지. 나는, 죽은 건가? 죽으면 저승으로 간다고들 하는데, 내가 있을 곳은 지옥이던가. 허나 지옥이라기에는 아무런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텅 빈 방 속에 남겨져 있을 뿐. 우선은 주변을 살필 겸 걷는 게 나을 듯싶었다.
"……."
아무리 걸어도 무언가 나올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할까,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이건 또 누구의 고상한 취미인가. 정말 악질이다. 그러고 보니 눈을 뜨기 전 누군가가 뭐라고 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가벼운 농담에 불과했을까. 아니면 중요한 이야기였을까. 골똘히 고민해보아도 머릿속만 더더욱 백지만 되는 터라 생각을 이어가길 포기했다.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질 때가 되어서야 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공간이 이상한 게 아니다. 의구심을 갖지 않고 걷던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이상함을 눈치채면 더 이상 이상해지고 싶어도 이상해질 수가 없다. 정상이란 무엇인가. 또, 비정상은 무엇이고…. 정상과 비정상 모두 담고 있다면 과연 그 아해는 어디에 서야 하나. 자신의 모습이 꼭 길 잃은 까마귀를 닮은 것 같아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하다 하다 이제는 곁에 있지도 않은 녀석을 떠올리는 건가? 나도 참 물렀군.
"카게히라! 어디 있느냐. 있으면 대답해다오."
애시당초 이곳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이제사 목소리를 내어 불러보아도 공허한 공간에 몇 번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카게히라, 카게히라, 카게히라……. 아무래도 이곳에 떨어진 건 오롯 나뿐이었나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곳에 떨어진 것이지? 어서 생각해내라, 이츠키.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이런 곳에서 할애할 시간 따위 없단 말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여유로웠던 걸음걸이는 속도가 붙어 점차 조급함으로 변질되어갔다. 그러나 얼마못가 굽이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뚝 그쳤다.
"…?"
익숙한 뒤통수. 부스스하게 뻗친 머리칼에, 자신보다 조금 작은 키. 누가 봐도 녀석이다. 카게히라? 녀석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의문이 묻어나왔다. 대답해도 돌아보지 않는다. 다시 한번 상대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휙 하고 뒤를 돌아본다. 반가움도 잠시, 표정이 굳는다.
"너, 너…… 얼굴이."
응?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천연덕스럽게 말을 붙여오는데도 소름이 끼칠 만큼 꺼림칙하다. 웃고 있다고 할 수도 없어. 저건, ……괴물인가? 괴이하게 일그러진 것은 얼굴이라 할 것도 없이, 검게 스크래치가 난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츠키 슈는 잠시 흠짓하면서도 성큼성큼 다가가 검은 스크래치가 난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꼴이 왜 그러지? 내도 모르겠다. 듬성듬성 노이즈가 섞인 목소리를 눈치채지 못한듯, 이츠키 슈는 고개만 설설 저었다.
"…미카칭? 스승님?"
낯익은 목소리에 이츠키 슈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 답지 않게 삐걱이며 뒤를 돌아보면, 아. 이전 자신이 그토록 예찬하였던 인물이 서 있다. ……. 어떤 반응을 하면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을뿐더러, 이 상황이 믿기지도 않아 카게히라 미카와 니토 나즈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니토?"
"…여기서 뭐하는 거야?"
"…너. 니토가, 맞나?"
"아니, 당연히 내가 맞지… 너 어디 아파?"
왜 네가 여기에 있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니 상대 쪽에서 되레 이상하게 바라본다. 왜냐니. 오늘, Valkyrie의 라이브가 있잖아? 이러다 늦겠어. 미카칭도 어서 가자. 당연한 일이라는 듯 니토 나즈나의 뒤를 쫓아가는 카게히라 미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츠키 슈는 정보수용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니토가 왜 Valkyrie를 자처하는 것이지? 우선은 나도 따라가는 게 맞을까. 애초에 이곳은…… 더 생각을 이어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래나 옆, 동등한 위치에서 쓰다듬는 것이 아닌 신적인 존재가 어루만지는 것만 같은 기분에 휙 위를 올려다본다. 아무것도 없다. 잘못 느꼈나?
"……그래, 어서 가야지."
늦으면 Valkyrie의 명성에 해가 되니까. 조금씩 걸음을 재촉했다. 어쩐지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풋풋한 웃음이 아닌 고막을 찢을 것만 같은 섬찟한 웃음소리가…….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이 나에게 검을 들 자가 존재하겠나.
라이브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소란스러움이 깔려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 뒤따르며 가볍게 쏘아붙이는 목소리가 몇 번 오갔다. 너무 조잘거리지는 마. 격식 떨어지니까. 스승님은 격식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우리는 Valkyrie잖아?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니토. 이츠키 슈는 그렇게 말하더니 잠시 걸음을 멈추고 카게히라 미카와 니토 나즈나를 바라봤다.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들어. 추억과 같은 기분이. 왜 그러냐는 질문에 괜찮다며 마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뭐, 너의 그런 점마저도 나의 눈에는 사랑스럽다만…."
"나즈나 형아는 참말로 부럽구마~ 스승님에게 사랑받구. 나즈나 형아처럼 완벽한 인형이 될라믄 우예야카나?"
"뭐라고?"
"응앗, 내 뭔가 말 잘못했나?"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너는, 인간이다."
"응아? 내가 와 인간인디?"
왜냐고 할 것도 없이 너는 태초부터 인간이었어.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네가 가진 가치를 끌어올려 발굴해낸. 호문쿨루스와 같이 생이 아닌 영혼이 존재하는 인간. …아아. 그런가. 나는 이제 알겠다. 이건 이상하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이츠키 슈는 숨을 멈췄다. 정확히는, 호흡이 멎는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이건 이상했으니까. 어째서 카게히라 미카의 얼굴이 괴물처럼 일그러져 있었는지, 어째서 니토 나즈나가 이곳에 있는지, 이 모든 것들에도 어째서 자신은 의문을 가지지 않았는지. 모든 게 이상했으니까. 이츠키 슈는 생각 끝에 결론을 내렸다. …여긴 지옥이 아니야.
나락이다.
생각이 갈무리되기가 무섭게 주변의 것들이 사라지고 새하얀 공간이 이츠키 슈를 맞이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아니, 아니다. 좋게 말해 남겨진 것이지, 정확히는 버려졌다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상함을 알아차린 이상 이츠키 슈만을 위한 나락이 더 이상 이츠키 슈를 안고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마저 이 세계를 꾸미기 위한 장식품에 불과했다. 나는 무슨 죄업을 짊어지었기에 이곳에 떨어졌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나의 죄를 찾아야 한다. 죄를 쌓았기에 이곳에 떨어졌으니, 죄를 고한다면 필히 풀려날 것이니라. 이츠키 슈는 자리에 멈추어 서서 고뇌에 빠졌다. 빠져야만 했다. 그러나……
"……후, 후후. 후하하하!"
이봐, 나를 너무 얕본 것 아닌가? 정말 아둔한 자로군. 공교롭게도 나는 죄를 지은 것이 없다. 나를 수렁에 빠뜨리고 싶었다면, 안타깝게 되었어. 탁탁, 발을 몇 번 구르니 굽이 부딪히는 소리가 하얀 공간에 울렸다. 어서 이 공간에서 나를 빼주지 그래. 아니면, 부끄러움이 많은 건가? 팔짱을 낀 채 발을 구르고 있자니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나락은 분명 추억일 터… 어째서인가?
"어째서냐고 물어보아도 추억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나락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카게히라가 인간이 아님을 말하는 게 나에게는 나락이야."
오히려 인간이 아닌 자가 나락이었던 것인가. 개인의 감정에 흔들리다니, 어리석군.
"내가 어리석나?"
틀려. 감정 앞에 인간은 동등하다. 모든 인간이 어리석은 셈이지. 내가 그 녀석을 사랑하기에 감정 앞에 고개를 숙인 거야. 이러한 인간을 보고 너는 어리석다고 할 셈인가? 자신의 할 말을 마친 이츠키 슈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신조차 굴복시킨 미소. 완벽한, 그의 승리였다.
"그럼, 이만 돌아가지."
나에게 이 정도 돌아가는 길은 간단하거든.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는 이츠키 슈는 걸음을 내디뎠다. 탁, 탁, 탁. ……탁. 마지막 걸음이 끝나면 이츠키 슈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누군가만 홀로 하얀 공간에 남게 된다. 어이없다는 헛웃음 소리가 들린다.
이츠키 슈는 눈을 떴다. 익숙한 향기와 온도. 뺨을 간지럽히는 실재하지 않는 포말. …아아, 돌아왔다. 제대로 안심이 되는 풍경에 이츠키 슈는 숨을 돌렸다.
"스승님?"
"…카게히라, 대답해. 너는 누구지?"
"내, 내 말이고? 카게히라 미카라카는데…… 스승님이 이건 모를 리 없구. 와 그러나?"
아니. 아무것도. 너는 분명 인간이지? 응, 응… 내는 인간이제. ……그러면 됐어. 안 좋은 꿈이었던 모양이지. 일어나자마자 알 수 없는 말을 늘어트리는 이츠키 슈의 말에 카게히라 미카는 머리 위로 물음표만 잔뜩 띄워냈다. 스승님, 악몽이라도 꿨나? 글쎄.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휘저은 이츠키 슈는 근처에 있던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건 네가 내온 건가? 꽤 나쁘지 않군. 내 지금 칭찬 받은기가?! 시끄러워. 정숙하도록. 느지막이 이야기를 나누다 벽면에 걸린 달력을 보고 이츠키 슈는 무언가 깨달은 듯 아, 하는 소리를 입 밖에 냈다. 카게히라. 응? 대답이 돌아오면 이츠키 슈는 적당히 단어를 입 안에 짓뭉개고, 씹다가……
"앞으로 인간으로서 함께 살아가 줄 것이지, 카게히라?"
이렇게 한 마디를 내뱉는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아마 신만이 알 것이라.
그렇다면 대답하라.
신은 누구인가?
판결을 고하듯 뇌를 파고드는 목소리에 카게히라 미카는 눈을 슴벅였다. 신?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제대로 말을 잇기도 전에 번쩍이는 섬광에,
두 번째 奈落
카게히라 미카는 눈을 감았다.
눈을 뜨면 늘 똑같은 꿈을 꾸고 있기에 차라리 눈을 감는 편이 나았다. 그것도 아주 독한 악몽이었으니. 그도 그럴게, 제 손으로 스승이란 자의 목을 조르고 있는데 이게 지독한 악몽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말인가. 제 마음과는 다르게 손이 움직이는 바람에 속이 천천히 불타오르는 기분이었다. 헌데 상대의 표정은 마치 잠이라도 자고 있는 것처럼 얌전하다. 대리석 같은 하얀 피부를 매끄럽게 타고 내려가 목을 턱, 하고 쥐어도 상대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다. 나는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눈을 뜨지 않아도 손끝에서부터 선연한 감촉이 피부를 타고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팔의 힘이 가해지자 마치 자신의 목이 졸리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반복되는 악몽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스승님. 스승님. 몇 번이고 애타게 그를 찾았다. 손에서 힘은 빠질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상대는 고통에 찬 신음조차 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저의 몫이라는 듯, 꽉 깨문 잇새로 이가 갈리는 소리와 짐승같이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울고 싶다. 눈시울이 붉어져 뜨거운 눈물이 흘러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애석하게도 이 몸뚱어리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체 내한테 와 이런 시련이…'
오로지 이츠키 슈만이, 이츠키 슈의 존재에 비롯되어 이루어지는 행동들이 카게히라 미카에게 영원한 행복을 선사해줄 수 있었다. 그런 존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건 이상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조금 더 의지를 가지자. 내가 마음을 먹으면, 이 손 따위. 도려낼 수 있을 것이다. 스승님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무엇이든 간에 필요없는 기라. 그것이 설령 자신의 몸이라 하더라도. 카게히라 미카는 기꺼이 잘라낼 의지가 있었다. 숨을 몇 번 고르고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눈앞에는 평온하게 눈을 감은 채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제 스승이 보였다. 내는 이런 거 싫다! 그만 둘란다! 정신 차려라, 이 머스마야! 누군가에게 말하는지도 모르는 채 정신 차리라는 말만 자꾸 되뇌었다. 말로 나오지 않으니 뇌를 꽉 채워서라도 세뇌해야 했다. 그래야 이 정신 나간 손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조금씩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해. 그만해. 그만. 이제 놔. 놓을 때가 됐어. 그만해.
"………만 하라캤다아아아!!!"
일순 손에 힘이 들어간다. 컥, 하고 잠시 숨이 막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꾹 감고 있던 눈을 떠 자신의 스승을 바라보니 눈에 핏발이 선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 아? 아. 세 음절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서둘러 상황 파악을 했다. 쭈뼛쭈뼛 손을 움직였다. 손가락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팔딱였다. …벗어난 건가? 그 지옥에서. 만세! 드디어 벗어났데이! 하하, 하아……. 순식간에 몸에서 기운이 빠졌다. 이게 문제가 아니다. 상대는?
"…용케도 벗어났구나."
"스승님의 얼굴로 그런 말 하지마라."
기분 나쁘니께.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스승이었던 것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선다. 그러면 상대는 붉게 손자국이 난 목을 만지작거리며 상체를 일으킨다. 너, 스승님 아니제? 니 누꼬? 우리 스승님은 어디 갔나. 제대로 답하는 게 좋을기다.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퍼붓자 스승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박이다, 웃음을 터트렸다.
들켰니?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목소리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코웃음이 돌아온다. 당연하제. 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나름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흥. 내 눈을 속일라믄 한참 멀었데이! …그래. 너의 승리야. 네 스승 곁으로 돌려보내 주지. 스승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던 자가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달콤한 향기가 카게히라 미카의 곁을 맴돌고, 취할 것만 같은 기분에 카게히라 미카는……
눈을 떴다. 눈가에서 자꾸만 밝은 빛이 깜박였다. 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어쩐지 따스한 느낌도 들었다. 엷은 기억 속에서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뒤섞여 비문을 만들어냈다. 바다가 자아내는 포말이 뺨을 간지럽히는 것 같기도 했다. 응아, 제대로 돌아온 긴가……
"……스승님은?!"
번쩍. 눈을 뜨며 일어나자 곁에서 새된 비명 같은 것이 들려왔다. 갑자기 뭐지? 소리를 다 지르고. …진짜 스승님이가? 오랜만에 일어나서 하는 말이 뜬구름 잡는 소리라니. 너도 참……. 참말로 스승님이구마! 응헤헤, 안심했데이. 여전히 기분 나쁜 웃음이군. 눈앞의 스승님은… 진짜 스승님이니께. 내도 모르게 기뻐서 그랬데이. 우스운 소리 마. 헤실헤실 웃고 있으니 이츠키 슈는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잠꼬대는 그만하고 내려와서 나갈 준비부터 해."
"응, 알겠데이!"
이츠키 슈가 나간 자리에서 가만히 있던 카게히라 미카는 표정을 굳혔다. 참말로 이상한 꿈이었구마. 아직 손끝에 남아있는 선명한 감촉을 느끼며, 카게히라 미카는 주먹을 꽉 쥐었다. 고작 이런 건 우리를 막을 게 안 된다. 잡생각을 떨쳐내고자 고개를 휙휙 젓고는 다시 들뜬 마음으로 이츠키 슈의 뒤를 따라나섰다.
"스승님, 같이 가재이!"
***
어리석은 실수의, 미망의 여신이 아해들에게 이르되.
방황하는 치들이여.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아마 신만이 알 것이라.
그렇다면 대답하라.
신은 누구인가?
이 세계에 신은 존재하는가?
내 너희에게 시련을 하나 선사하려 하니,
이를 이겨내뫼 너희를 자유로이 풀어주리라.
선사할 시련의 이름이라 함은.
나락이라 고하노니.
이에 아해들은 성스러운 빛에 눈을 감고 뜨리라.
w. 아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