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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소재 주의*

 

이츠키 슈는 잠시 고민했다. 예민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그의 뇌는 작금의 상황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아, 죽었구나.

 

그가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수 분에 불과했다.

 

처음엔 자신이 왜,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흐릿한 정신을 붙잡자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베일에 싸인 듯 시야가 온통 흐릿했다. 눈에 이상이 생겼나? 몇 번을 비벼봐도 흐릿한 시야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무거운 몸도, 어쩐지 자꾸 까무룩 하는 정신도, 모든 것이 불쾌했다.

그는 못 박은 듯 한참을 그곳에 서 있었다. 입을 열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손바닥을 내려다보자 불투명하게 길바닥이 비쳐 보였고, 담장 위의 고양이가 작게 울며 그의 가슴을 뚫고 바닥에 착지했을 때, 슈는 부정을 멈추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죽었으며, 세간에서 유령, 혹은 귀신이라 부르는 삿된 존재가 된 듯하였다.

속세에 미련이 많이 남은 이들이 죽어서 현세를 떠돈다더니, 자신은 미련이 많은 모양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까, 아직 그에겐 보여주지 못한 예술도, 완성하지 못한 의상도, 전달하지 못한 감정도 너무 많았다. 문득 슈는 늘 자신의 곁을 지키던 이의 생각에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카게히라.’

 

불행 중 다행이었다. 자신을 병아리마냥 졸졸 따라다니던 까만 머리통은 흐릿한 시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슈는 비로소 작게 안도했다. 그럼 미카는 어디에 있을까, 죽기 전 마지막 기억을 조심스레 되짚었다. 분명 마트에서 장을 본 후,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트럭 경적에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미카를 밀쳐낸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엔 분명 뭔가 으깨지는 소리가 났다. 타이어 밑에서 으깨진 것은 과연 떨어진 장바구니에서 굴러간 양배추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머리통이었을까. 어느 쪽이든 미카만 아니라면 크게 상관은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머리가 으깨졌든 아니든, 그의 육체는 이미 사망한 것이 틀림없어 보이니.

슈는 천천히 다리를 옮겼다. 사지가 물먹은 솜마냥 무거워 잘 움직일 수 없었지만, 미카가 무사한지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아, 이젠 눈이 없지, 참. 어쨌든 스스로 확인해야 했다. 어느 쪽이든 큰길로 나가 버스를 타야 할 듯 해,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걸음을 떼려던 참이었다.

 

“안녕, 슈 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슈는 고개를 돌렸다. 화창한 하늘 아래 제일 먼저 검은 양산이 눈에 띄었다. 양산을 푹 눌러 쓴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슈는 이번에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검은 드레스 너머로 풍성하게 내려온 금발과, 조근조근한 목소리.

 

“...마드모아젤.”

 

죽은 주인과 살아 움직이는 인형이라니, 이 얼마나 모순되는 조합인지. 순간 슈는 웃음이 났다. 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떠올리던 목소리와 마드모아젤의 목소리가 닮아 있어서였을까. 살짝 들린 양산 아래로 늘 자신이 들고 다니던 인형과 똑같은 얼굴이 눈을 맞춰왔다. 온통 시커먼 의복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햇살과 닮아 있는 웃음이었다.

검은 실크 드레스 자락이 소리 없이 움직이며 마드모아젤이 한 걸음 다가섰다. 드레스 밑단에 박음질 된 검은 레이스가 살랑거렸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저승사자나 사신은 보통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었는데. 인형에게 자신의 사랑을 나누어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역시 떠오르는 사람은 다른 이였다.

 

“이 모습이 궁금해? 미카쨩은 살아있는 사람이라 그 아이의 모습을 띨 순 없었단다. ‘우리’는 생명이 없는 것들의 모습만 취할 수 있거든. 보통은 죽은 연인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슈 군은 아직…”

 

마치 그의 생각을 읽은 듯 답해오던 그녀는, 종달새같이 조잘거리며 그의 의문에 간단한 답을 내놓았다. 이야기가 산 넘고 강 건너 전혀 상관없는 주제로 넘어가기 직전, 그녀는 내 정신 좀 봐! 라며 짧게 탄식하고 웃었다.

 

“소개가 늦었네. 슈 군은 똑똑하니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난 사신이야. 슈 군은 이틀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나는 슈 군을 데리러 온 거란다?”

 

사고가 난 게 벌써 이틀 전이라니, 그럼 왜 진작 오지 않고 이틀이나 방치한 거지? 미간에 잔뜩 힘을 주자 눈썹이 꿈틀댔다. 왜 이제서야 왔는지 따위는 사실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이틀이나 저 없이 방치되었을 미카 쪽이 더 중요했다. 슈는 마드모아젤을 붙잡고 따지는 대신, 몸을 돌려 큰길을 향해 걷는 쪽을 택했다.

 

“어머나, 슈 군. 왜 이제 온 건지 궁금하진 않니? 그 밖에도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을 텐데. 우리가 나타나면 다들 질문하느라 바쁘거든. 정말 죽은 건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같은 것들 말야.”

 

“...궁금한 건 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아닌 것 같군. 카게히라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미카쨩이라면 괜찮아. 생사를 걱정하는 거라면 살아 있단다.”

 

“생사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차지도 않은 숨을 골랐다. 온몸은 여전히 무거웠고, 집중하지 않으면 자꾸 흩어지려 하는 기억이 답답했다. 미카의 생사에 관한 확실한 답을 들은 지금, 자신이 미카를 찾아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서 찾아가려는 걸까. 이젠 괜찮다며 안아줄 수도, 손을 잡아줄 수도 없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유령처럼 앉아서 미카의 곁을 지켜주는 게 다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몰라.”

 

“...생각을 읽을 수 없다더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도 맞히는구나.”

 

“후후, 슈 군은 예전부터 표정에 다 드러났는걸? 있잖아, ‘나’는 개인적으로 슈 군을 매우 좋아해. 그러니 한 가지 충고해 주자면… 미련이 남은 상대를 보게 된 영혼은, 백이면 백 모두 악령이 돼버린단다. 상대에게 집착하며 현실을 원망하다, 결국엔 자기 자신을 잊고 소멸당하거든. 영혼이 맞을 수 있는 최악의 엔딩이야.”

 

뜻밖의 얘기에 문득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일고여덟 살 즈음이던가, 형이 보던 공포 영화를 몰래 엿봤던 일이 생각났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스산한 음악이 들렸고, 안을 엿보자 화면엔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귀신이 남자를 쫓고 있었다. 귀신은 빨간 눈을 번뜩이며 남자를 목 졸라 죽였고, 깜짝 놀란 어린 슈가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리자 그제야 막냇동생을 알아챈 형이 급히 화면을 멈추고 제게 달려왔더랬다.

그런 일도 있었지. 미카를 보게 되면,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어 버린다는 건가? 종내엔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이지를 잃고 사라져 버리는 건가? 무겁게 질질 끌던 다리가 머뭇거렸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미련을 버리고 마드모아젤을 따라가, 무엇이 기다릴지 모르는 사후 세계로 향하는 편이 제게는 더 좋을지도 모른다.

 

“충고는 고맙군. 하지만, 카게히라를 보지 않는다면 난 분명 후회할 게다.”

 

슈의 답변에 닫힌 입술이 곡선을 그렸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렵사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이 버스가 맞나, 고민할 틈도 없이 자신을 지나쳐 버스에 올라타는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한적한 것으로 보아 평일 오전인 모양이었다. 마드모아젤은 버스 맨 뒤 좌석으로 향했는데, 접지 않은 양산이 그녀 옆에 앉은 남자의 이마를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남자의 모습에 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앞 좌석에 앉았다.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는다면 버스 바닥을 뚫고 그대로 가라앉을 것 같아, 그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버스는 그와 마드모아젤 외에 두 명을 더 태우더니, 곧 문을 닫고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 풍경은 여전히 흐릿해, 속도를 더하니 곧 온통 번진 물감이 되어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

슈는 눈을 감았다. 생각을 집중할 만한 게 필요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떠오르는 것은 까만 뒤통수였다. 늘 제 뒤를 졸졸 따라오던 검은 머리가 그때만큼은 제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빨리 오라며 손을 잡아 이끄는 대로 따라가 주었더니 좋다고 웃었다. 모처럼 귀국했으니 프랑스에서 배워온 새 요리를 해 달라고, 기대되어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는 말에 늘 그렇듯 식사를 거르는 것은 좋지 않다며 잔소리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옆에서 들려오는 경적에 고개를 돌렸고, 시야에 비치는 자동차 조명에 더 잴 것도 없이 미카를 밀었고, 그리고…

 

“슈 군? 도착했단다.”

 

빨간 기억에 빠지기 직전,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을 건졌다. 정차한 버스에선 이미 사람이 여럿 빠져나가고 있었다. 느린 발걸음으로 버스에서 내리자, 주변을 배회하는 검은 양복들이 눈에 띄었다. 도착한 곳은 아무래도 장례식장인 듯했다. 장례식에 참석할 정도면 크게 다치진 않았겠구나, 슈는 안도하며 건물을 눈에 담았다. 시야가 흐려 그를 바로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후회할지도 몰라, 슈 군.”

 

다정한 걱정이 담긴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지금 여기서 뒤돌아 마드모아젤을 따라갈 수도 있다. 그러면 눈물을 닦아줄 수도, 손을 잡아줄 수도 없는 현실에 분노하며 자신을 잃는 일은 영영 일어나지 않겠지. 하지만, 하지만...

 

“...보고 싶어.”

 

오랜 망설임 끝에 그가 내놓은 대답은 간결했다.

 

“그래… 만나고 나면, 오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카게히라를 보지 않는다면, 난 분명 후회할 거다.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과, 후회할 게 분명한 일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정답은 명확하다고 생각하는데.”

 

“슈 군,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해. 그러니 네가 스스로, 그 길을 걷겠다고 한다면…”

 

버스 안에서도 접힐 줄 모르던 양산이 접혔다. 내리쬐는 햇빛 아래 따스한 금발이 녹아들었다. 흐릿한 시야에서 유일하게 또렷하던 모습이 차차 번지기 시작했다.

 

“잘 가렴. 그곳이 네 나락이라고 해도 말야.”

 

눈을 깜박이자 빛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들이닥치던 자극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얼마나 웅크리고 있었을까, 문득 부드러운 바람이 제 머리칼을 스치는 듯한 감각에 슈는 눈을 떴다. 생전과 다름없이 또렷한 시야는 아주 잠시, 그가 다시 살아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심어줄 정도로 생생했다. 그녀가 있던 자리에는 아주 흐릿한 빛무리만이 남아있어, 슈는 작게 마드모아젤을 불러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발걸음을 서둘렀다. 온통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투성이라, 검은 머리가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건물로 들어가 자신의 빈소를 찾아볼까 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은 자신의 장례식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건물 밖에 세워진 표지판을 들여다보니 왼쪽을 향하는 화살표와 함께 ‘야외 정원’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들어가는 것도 괜찮겠지. 슈는 정원을 향해 다리를 움직였다. 이전보다 가벼워진 몸에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정원은 한적했다. 저 멀리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는 검은 머리통만 제외하면.

 

“...카게히라.”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했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슬러 헐레벌떡 다가갔지만 바닥만 내려다보는 고개는 영 들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들여다보려는데, 어깨에 대충 걸쳐진 정장 자켓 아래 깁스를 한 팔이 눈에 띄었다. 아픈 표정으로 얼굴을 쳐다보자 얼굴 절반을 뒤덮은 거즈와 반창고가 보였다. 밀쳐 넘어지면서 아무래도 바닥을 제대로 구른 모양이었다.

좀 살살 밀칠 걸 그랬나. 약간의 후회가 들었다. 다칠까 봐 밀었는데 오히려 제게 밀려 다친 셈이었다. 거즈 위를 살살 쓰다듬자 미카가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햇빛에 제대로 된 얼굴이 보였다. 이틀 사이에 수척해진 얼굴에 가슴이 아팠다. 이럴수록 잘 먹고 잘 자야 하는데, 얼굴은 반쪽이 되어 눈 밑이 퀭한 걸 보아하니 먹지도 자지도 못한 듯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도 부어있었다. 그래도 장례식이라고 나름 붓기를 내리려 했나 본데, 슈에겐 소용없었다. 미카의 머리카락을 밀리미터 단위로 정리해주던 그가 고작 부은 눈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하아… 인자, 고마 울 때도 됐을 낀디…”

 

다 쉰 목소리가 처량하게 중얼거렸다.

 

“눈물이 안 멈추는구마. 이 꼬라지론 몬 들어간다 안카나…”

 

눈두덩을 꾹꾹 누르던 미카는, 결국 눈을 꾹 감고 굵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트렸다. 행여 누가 들을라 소리도 내지 못하는 꼴이 퍽 처량했다. 주변엔 아무도 없어서 소리를 내어 울어도 될 법 한데, 그렇게 울지 못했다. 문득 언젠가, 미카가 해줬던 얘기가 떠올랐다.

 

‘내 어렸을 때는 소리 내서 울믄 혼났다. 아들 다 따라 운다꼬, 캐서 한 번도 크게 울어본 적 읎다 안카나.’

 

이 이야기를 들은 게 언제더라, 슈는 기억을 헤집고 또 헤집었다. 아, 그래. 담요 한 장으로 세상과 단절한 채, 홀로 한참을 헤매던 그때. 차마 제 손을 잡지 못하고 속삭이는 목소리만 간신히 들릴 거리에 쪼그리고 앉은 미카가 했던 얘기였다.

 

‘긍께, 스승님은 소리 내 울어도 된다. 자꾸 그래 삼키믄 버릇된데이. 내 말곤 암도 없응께, 울어도 된다 안카나…’

 

결국 제게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다던 미카는 스스로 소리 내어 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런 것은 굳이 알려줄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눈앞의 미카는 눈알이 빠질 듯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숨이 넘어갈 듯 서럽게 울고 있었다.

 

“아아, 카게히라…”

 

마드모아젤의 말이 맞았다. 이츠키 슈는 이곳에 온 것을 후회했다. 저 눈물을 닦아줄 수 없음에, 부러진 팔을 보듬어줄 수 없음에, 하늘이 무너져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우는 미카를 안아줄 수 없음에 후회가 사무치고 사무쳐 그를 난도질했다.

 

그러니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언젠가 그가 자신을 잊고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때까지 곁에서 함께 괴로워해 주는 것. 평생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 숨을 거둘 때까지 곁에 있어 주는 것. 비록 그는 영영 자신의 존재를 모를 것이고, 언젠간 스스로를 잊게 된다고 해도. 자신을 잃고 아파하는 미카를 보며 함께 아파해주는 게, 슈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어쩐지 얼굴이 축축하게 젖어 드는 착각이 들었다. 그녀가 맞았다. 내가 없는 이곳이 네겐 지옥이고, 네가 있는 이곳이 내겐 지옥이다.

 

하지만 상관없겠지.

 

그러니,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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